06시 10분
일어나 커튼을 젖히니 창밖에 안개가 자욱하다.
서둘러 카메라 가방을 챙기고 신발을 꿰지도 못한 채 질질끌며 바삐 숙소를 나섰다.
콩밭에 가 있는 마음을 추스르면서도 바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승질 급하기도 하지..
"오늘 대박 날거야~!" 고속도로 진입로인 배반네거리를 좌회전 하며 휘파람이 나왔다.
포석정 앞을 지나 삼릉 주차장에 도착하자 이미 여나믄 대의 차들이 주인없는 유료주차장에 들어와 있고
건너편 식당 앞에는 이미 만차로 꽉 들어차 있다.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충 세워놓고 주섬주섬 챙겨서 솔숲으로 들어갔다.
아직은 이른 시각이라 많은 사진사들이 군데 군데 흩어져 잡담도 나누고 나름의 자리를 찾아 대기하고 있었다.
쓸데없는 헛 컷을 남발하며 이리저리 자리를 찾아 헤매기 한 시간
그동안 몇배나 늘어난 사람들이 솔숲 구석구석에 진을 치고 있었다.
동쪽 산에서 해가 떠오를 시간인데 도통 소식이 희미하다.
솔숲,안개,빛.. 삼위일체가 딱 맞아떨어져야 소위 말하는 작품이란 걸 건질 수가 있는데
희미한 동녘 산마루엔 떠오르던 해가 어설픈 구름에 걸려있다.
게때같이 모였던 사진사들의 실망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일부 작가 냄새가 좀 나는 찍사들은 "틀렸다"를 연발하며 보따리를 챙기기도 했다.
기대가 컷는데 실망도 큰 아침이다.ㅎㅎ
삼릉에서 좀 괜찮다는 포인트에
횡으로 줄을 선 너댓명의 찍사들이 함께 온 일행으로 보였는데
멀리서 왔는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전방을 주시하며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그때
그 일행 중 좀 비싸보이는 핫셀...뭐라는 카메라를 걸고 있던 한 분께서
꺼먼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전방을 조준하다가 보자기를 벗으며 일어서더니
화각 안에 들어 온 어떤 부부찍사로 보이는 사람들한테 손짓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오른쪽~! 오른쪽으로 좀 나와서 비키소"
"어허이~ 거 나무 뒤에 안보이게 숨던지 쫌 비키라카이~!"
"........ 참 나.. 말 드럽게 안듣네 @#$%^&* "
"쫌 비키주믄 될낀데 ......................."
궁시렁 거리던 작가께서 다시 보자기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얼마 후
30~40미터쯤 전방에서 작품을 하던 그 부부가 내려오고 있었다.
"니끼미시발 더러버서 어디 사진하겠나."
"내가 니 아시동생이가? 비키라 숨어라 지랄하고~"
"여기 느그만 사진 찍나?"
연세를 좀 잡수신 분이었는데 단단히 골이 나셨던가보다.
기가 팍 꺾인 보자기 일행들께서 얼버무리며 사과 하는 태도를 보이자
더욱 가열차게 몰아 부치며 삼릉이 떠나가라 호령호령 하셨다.
뒤에 선 그의 부인께서도
"즈그가 전세냈나? 즈그만 전세냈나?"로 거들며..
어떻든 빛내림을 못 본 대신 재밌는 구경으로 보상 받은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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