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일 전인 11월22일
언양쪽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틈 나면 한 번 가봐야지 하던곳이 있어서 말머리를 그 쪽으로 돌렸다.
동구밖 어귀에 묶인 녀석인데 내방객을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그 기세가 당당하다.
지 한테 조아리고 신고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듯이...
위풍이 가상하여 차창을 내리고 조수석에 놓인 카메라로 무대뽀 퍽샷~!
엄청난 깡촌에 자리잡은 혜촌농원 ㅎㅎ
가끔씩 사진으로 접하던 곳이라서 낯설지는 않았다.
배추의 성장 정도를 보고 친환경 농사법으로 가꾼 작물임을 직감했다.
포기가 크지도 않았고,알이 꽉 찬 배추도 아니지만,
저런 배추라야 김장맛이 기가 차게 맛 있다는 것을 안다.
저장성도 좋아 쉬 무르지 않고 오래도록 보존할 수도 있고..
지인께서 김치를 보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저 배추로 김치를 담갔을거라 생각한다
저 배추들이 지금은 이리저리 나눠져서 어느집 김치냉장고에서 잘들 익어가고 있겠지.
뵙고 싶던 쥔장께선 부재 중 이신 거 같은데..
마을입구 구멍가게에서 마실것 하나 주문하며 쥔장에 대해 슬쩍 물었는데
미리 연통을 넣고 와야, 만날 수 있는 귀한 분 임을 강조하셨다..ㅎㅎ
어쨌거나 예까지 와서 걍 돌아가기는 억울하고 집구경 이라도 하고 가야지...
혹시 계실지도??
반신반의하며 올라왔지만
주인의 빈자리를 지키는 충직한 강아지들만 낯선 이방인을 향해 맹렬히 짖어대고 있었다.
원두막에 걸어놓은 새파란 무 시래기며.
장독대 옆에 놓여진 농기구들. 끌다가 잠시 쉬게 한 노랑색의 이륜거.
황토방 앞에 엎드린 까만 플라스틱 삼태기는 찢어져서 꿰맨 흔적이 있었고..
하나하나 주인의 손때가 묻은거라 생각하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ㅎㅎ
황토방 처마에 달린 저 까만곶감..
감을 깎아 실로 일일이 엮었을 주인의 정성이 보여서 더 안타깝고 마음 상한다.
지난 가을은 기온이 더 없이 푸근하고 비가 잦아서 너,나 할것없이 곶감농사를 망쳤다던데
실제로 그 현장이 눈 앞에 있었다.
무슨 아이러니일까??
곶감에 비해 영양가가 떨어지는 감 껍데기는 멀쩡하게 잘 말랐다.
이제사 고백컨데 옛날 생각이 나서 한 웅큼 훔쳐먹고 왔다는..^^*
이것저것 둘러보는 사이
우유아줌마가 휘~딱 댕겨가고.
근데 아줌마가 바빴는지 현관문을 열어둔 채로 가버렸다.
닫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결국은 닫아주고 나왔는데
쥔 없는집 현관까지 갔다왔다는게 좀 찜찜하기도 했다.
사납기가 맹수와 같아서 용감하기로 소문 난 나도 몇차례나 움찔거렸다ㅎㅎ
이쁘게 생긴 녀석들이 겁도없이 ^^
"아르르르르~~!! 알! 알! 알!"
재방문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인장과 막걸리 한잔 나누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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