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에서 근무한 지도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주, 야간을 반복하다 보니 가끔씩은 밤낮 구분이 모호할 때도 있으나
이제는 웬만큼 적응이 되었다
그 버릇 중 하나가 잠을 길게 자지 못하고 두세 시간 단위로 토막잠을 자는 것인데
밤에도 그렇게 잠을 자지만 낮에도 밤과 비슷하게 한두 번 보충잠을 채워야만 컨디션이 맑아진다
어제는 야근 숙직이었다
깜빡 잠들었다가 슬며시 눈이 뜨였는데 32개의 감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모니터에
대웅전 법당에 불이 켜져 있었고, 모니터 옆에 흐릿하게 보이는 벽시계는 04시 0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04시 30분에 올리는 인시예불을 위해 기도스님께서 촛불 켜고 정화수 올리고 분주한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숙직을 하다 보면 두세 번 깼다 잤다를 번복하며 인시예불 전인 03시 반쯤에 눈이 떠지게 되는데
오늘은 한 번도 안 깨고 오지게 04시까지 잤으니 엄청 개운했다.
예의 습관대로 양말을 주섬주섬 꿰고 뉴스 전문방송 tv를 켰는데
뉴스가 나올 시간에 광고가 뜨길래 머리맡에 놓인 디지털시계를 봤다
이런??? 04시 06분이 아니라 01시 20분이다.
어쩐지 한 번도 안 깨고 실컷 잤다 싶더라니...
기도스님께 곧장 전화를 날렸다.
"미쳤어 내가 미쳤어~ 제가 시계를 잘못 봤어요~"
*** *** ***
전설따라 삼천...
시설팀은 건물 지하에 위치한 두더지팀으로 밤낮없이 전깃불을 켜고 살아가는 부서다
기계실, 전기실, 보일러실은 3교대로 24시간 풀가동이지만
잡다한 영수선을 맡은 영선실은 토, 일을 포함 빨간 날은 쉬는 부서로
휴일에는 당직 한 사람만 근무하는데 별다른 일정 없이 대충 시간만 때우다가 퇴근한다
대충 30년 전쯤이었으니 요즘과 비교해 경기가 빵빵하던 시절
그 때는 매주 회식이 있었을만큼 음식값도 쌌고 술값도 저렴....
주말 저녁 회식은 보통 2차 까지는 기본이고 3차는 선택
술을 매우 사랑하는 입사동기가 있었다.
그렇게 회식을 하고 새벽 조간 신문과 거의 비슷하게 집으로 들어갔다가
씻는둥 마는둥 밥 한 숟갈 겨우 떠 넣고 출근하여 당직을 서는데
오전에는 그럭저럭 돌아댕기며 시간을 때우며 버티다가 점심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깨꼴락 넉다운~
엊저녁 만났던 노래방 도우미 끌어안고 부르스 추는 꿈을 꾸는데
전화가 길~게 울리더란다. 더듬더듬 수화기를 쥐어 귀에 갖다댔는데
객실관리팀 하우스키퍼가 객실에 무언가 고장났으니 급히 손 좀 봐달라며 작업오더를 전달하더란다
비몽사몽 게슴츠레 눈 떠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니 2시10분
아직도 덜 깬 숙취가 머리통을 흔들고 있는데 순간 꼭지가 홰까닥 돌면서 소리를 버럭 질렀단다
"이 양반아 아무리 급하기로서니 오밤중에 집에까지 전화해서 이래도 되는거야?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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