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무구하던 시절 종로에서 뱀 장사를 만났다.
쉼 없이 주절거리는 언변, 금방이라도 백사를 꺼내 보여 줄 것 같은 제스쳐
그저께 지리산에서 잡아 온 백사를 보여준다길래
두 시간여 다리에 쥐가 나도록 기다렸지만 뱀 장사 앞에 놓인 사방 막힌 나무통에
들어있다는 백사는 결국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 나무상자에 백사가 들어있지 않았다는 확신은 몇 년이 지나고서야
"애들은 가라"라는 코미디가 유행되면서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오늘도 그랬다
기어코 백사를 보고야 말겠다는 굳은 신념이 40년이 넘어 다시 찾아왔다
연거푸 담배를 빼어 물면서 뚫어지라 내려다 보는 그곳엔
아름다운 다리와 그림 같은 섬이 안개와 뒤섞여 쏟아지는 햇살 속의 풍경이
금방 나타날 것 같은 환영에 사로잡히곤 했다.
이곳 운해의 풍광을 본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뜬구름만 보면 획까닥 해서 나도 모르게 그곳을 향하고 있으니 단단히 미쳤나보다
시간반을 기다리고도 발길이 떨어지지않는 것은
돌아서서 내려가는 순간 백 미터도 못 가서 구름이 확 걷힐 것 같은 피해망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마지막 30분만'을 속으로 외쳤으니....
기어코 두 시간을 채우고서야 미련을 버렸다
뜬구름이든 가라앉은 구름이든 구름은 잡히는 게 아닌갑다
미련한 중생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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