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을 먹고 나니 비가 내린다.
이사 후 피로감이 채 가시지 않은 참이라 낮잠 자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다
새벽 4시도 되지 않아 일찍 잠을 깼다
냉장고에서 꿀 한 숟갈을 듬뿍 떠서 공복을 채우고
아파트에서는 피우면 안 된다는 담배 하나 붙여 물고..
(옆집과 윗집은 아직 입주 전이므로 민원 없을 거라는 생각^^)
한 시간을 빈둥대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오늘 삼천포 5일장이라는 것을
김치꺼리도 사야 되고,기타 찬꺼리와 전어도 사고..
다섯 시 즈음에 마누라를 깨웠다
눈곱 떼고 주섬주섬 챙겨서 집을 나서는데 아직도 주위가 깜깜하다
삼천포시장을 네비에 입력하고 무작정 길을 따라갔는데
6시쯤 되면 재래시장이 들썩일 텐데 어째 조용했다
차를 세우고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5일 장터가 어디냐고
"오늘이 며칠 잉교?"
"14일요"
"그라머 맞는데.. 오늘이 장날 맞나?(갸웃) 조기 빨간 신호등 보이지요? 조기서 우회전하면..."
가리켜 준 데로 갔는데 또 조용하다.
택시 두 대가 대기 중인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기사님께 여쭤본다.
"아저씨 장터가 어딩교?"
"오늘이 며칠 잉교?"
"14일요"
"그렁교? 오늘 장이 조용하네. 쪼매 더 가서 전화국 끼고 우회전하면 장터시더?"
"고맙심더"
드디어 장터에 도착
휑~하니 바람 불고 내캉 마누라캉 둘밖에 없다.
길 건너 슈퍼 아지매한테 물어보니 낼이 장날이란다.
4,9일이 삼천포 장날인데 13일인 오늘 가서 현지인들에게 완벽히 사기 치고 우겼으니..ㅋㅋ
에고~ 이래서 늙으면 죽어야 된다고 했나 보다
여태까지는 그럭저럭 헛갈리지 않고 잘 살아왔는데
새벽잠까지 반납하고 따라나선 마누라의 도끼눈이 무서운 게 아니라
치매끼 발동하는 내 행망이 무서워졌다.
빠지면 안 된다는 그곳
완전하게 삼천포로 빠진 날이다.
돌아오는 길
용현면 어딘가에 대박 복권 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우리 집을 중개해 준 소장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마누라한테 꺼내는데
거짓말 같이 눈앞에 복권방이 나타난다. 그 집 맞을까?
마누라가 들어가서 복권을 사는 동안 차 안에서 그 집을 들여다보니
1등 12번,2등 59번 이라는 문구가 출입구 옆에 붙어있다.
주유소에 딸린 작은 가게였는데 평일에도 차 댈 곳이 없어 못 산다고 했다.
몇 장 샀냐고 물어보니 조막손인 마누라가 달랑 한 장 샀단다
에이~ 대박집인데 고작?
나는 큰손이므로 두 장을 사왔다.ㅋ
시작은 삼천포로 빠졌지만
열세번째 이사를 했고
13일날 복권을 샀고
대박복권방에서 13번 째 1등을 기대하며
적어도 내일모레까지는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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