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물새들 날으니 가고파라 가고파....
고향은 아니지만 잔잔한 바다가 있는 마산에 내려왔다.
2016년 병신년 한 해는 내게 많은 변화들이 생겨났다.
신년 벽두에 귀양 비스무리하게 경주로 전보발령을 받았고, 결국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10월을 끝으로 반평생을 몸 담았던 공장에서 정리를 했다.
정년 2년을 남겨두고 중도하차했으나 섭섭함 보다 해방감이 나를 더 기쁘게 했다.
정년퇴직 한다는 거 직장인의 명예임을 알지만 일각이 여삼추임을 감안할 때 속시원한 결정이었고,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내가 해온 일 중 잘한 결정으로 꼽고싶다.
우선 6개월에서 1년간은 아무생각없이 푹 쉬고 싶었다.
실업자가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 저기서 돈 안되는 일들이 맡겨졌고
큰형님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일도 생겨 퇴직하는 날부터 정신없는 동분서주가 시작되었다.
울산 경기가 중공업 불황으로 바닥을 치고 주변 상권이 점점 나빠지면서 집사람도 과감히 손해를 감수하고 가게를 접었다.
가정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불행중 다행으로 큰아이가 취업이 되어서 걱정을 덜게는 되었는데...
백수는 되었지만 마음은 왠지 편했고, 놀아보니까 일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ㅎㅎ
수입원이 사라지면서 마누라는 내 입장과 사뭇 다른 듯 했다.
나야뭐 용돈을 타다쓰는 입장이다보니 가정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전혀 알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이고...
가게를 그만두고 일주일도 쉬지 못한채 전국부동산 중계망을 샅샅이 훑어대더니 나를 앞장세워서 대구,포항,창원등지로 끌고다니며 이것저것 들춰보고 다녔다.
창원 마산을 답사한 지 일주일만에 마누라는 덜컥 모텔 하나를 임대계약 해버렸는데
불황에 가장 안정적인 장사라는 게 이유였다. 청소하는 아줌마를 한 사람 고용하다가 일급이 7만원이라 그 정도면 내가 그 일을 하고 인건비를 절감해야겠다는
생각에 팔을 걷어부쳤다. 소규모 장사라는 게 이문은 뻔하고 어차피 인건비 따 먹는 놀음 아닌가.
모텔은 털과의 전쟁이다. 뻗친털 꼬부라진털 토막털.. 베갯잇과 홑청,시트,패드를 모두 싹 갈아도 어디서 나타나는 지 털이 계속 나타난다
청소 끝나고 두세 번 점검하고 또 점검하지만 또 나타나기도 한다.
치야뿌고.... 여관 중노미 짓이 뭐가 자랑할 게 있다꼬 ㅎㅎ
굶어죽지 않으려면 이런 거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묵묵히 마나님의 명을 따르는 중이다.
소식 끊고 잠수탄 삼매를 궁금해 하실 불친들께 죄송하고
모쪼록 살아있음을 신고하니 용서해 주실 것으로 믿고 다시 블러그를 끄적거릴 것을 약속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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