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2시30분
'아부지 뽀미가 아직 안 들어왔어요. 찾아봐도 없어요'
새벽4시 10분
'뽀미 아직 안 들어왔는데 어떻게 된거야? 이게 어디서 밤새 떨고 있을낀데 우야노...'
코로나 시즌
장사도 션찮은 판국이라 경비원으로 취직하여 근무를 하고 있는데
아들과 마누라가 집 나간 고양이 때문에 밤새 잠 못 자고 기다린다며 전화가 왔다.
시간 단위로 들락거리며 재롱 떨던 놈이 깜깜 무소식이 되자
집안이 초상집 분위기로 변했다
여섯 시 퇴근하자마자 달려왔더니 현관문은 열려있고 온집안팎에 불을 환하게 켜 둔채로
기다리다 지쳤는지 마누라와 아들은 잠에 빠져 있다.
곧바로 랜턴을 켜 들고 뒷담을 넘어 캄캄한 밭둑길을 지나 산으로 올라갔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집에서 300미터쯤 떨어진 대나무밭을 지나며
'뽀미야~' 불렀는데 대답이 없다.
다시 50미터쯤 떨어진 유자밭을 들어서며 몇 번 부르고나서 귀를 기울였는데
어디서 희미하게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듯 아닌듯...
다시 부르며 산길로 접어 들었는데 삼나무 숲에서 아주 작은 울음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이름을 부르면 대답을 하는 놈이라 계속 부르면서 삼나무 숲으로 들어갔는데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이놈 새끼 죽지는 않았구나 안도를 하며 울음소리 들리는 쪽으로 가는데
수고 20미터 가량 중간쯤에 안광이 파랗게 불을 뿜는게 설핏 보였다.
아래로 가서 랜턴을 비추니 삼나무 중간 나뭇가지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일곱 시도 안된 시간이라 사방은 깜깜하고 고양이가 매달린 나뭇가지도 까마득히 높고
나무에 올라간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않고....
궁리를 하는 중인데 녀석은 내려다 보며 죽는다고 울부짖는다
이깟 일로 119 부른다는게 남사스럽고
가게로 달려가서 사다리를 들고 오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10리나 되는 가게로 가서 사다리를 싣고 와서
들춰메고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아이고~ 이놈의 고양이 사람 잡는다
사다리 놓고도 나뭇가지를 타고 2미터는 더 올라가서야 고양이를 붙잡아 겨우 내려올 수 있었다.
내려 오지도 못할 나무에 어떻게 기어올라서 사람 골탕 멕이는지
연례행사로 골치를 아프게 하는 참 애물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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