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살 때는 방어진 항에서 물가자미를 사다가 무침회를 만들어
종종 향수를 달래곤 했다.
고향에서는 물가자미를 미주구리라고 불렀는데
장사치가 비포장 신작로로 생선궤짝이 얹힌 자전차로 팔러 오는 날이면
동네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 나가 사들고 오는데
육로 백리를 훌쩍 넘는 유통 거리를 오는 동안, 생선은 이미 짓물러 메기침 처럼 진물이 줄줄 흐르고..
대충 비늘을 긁고 대가리를 자르고 날감지(지느러미)를 자르고
장만 된 가자미를 얇게 상글어(썰어) 무우채를 섞어 무침회를 맹그는데
식초는 벽에 걸어 둔 댓병에 담가진 뭉글뭉글 효묘가 살아있는 막걸리 식초
온식구가 코를 박고 싹싹 핥다시피 먹어대던 그 맛
촌살림에 넉넉하게 사지 못했기에 자른 대가리를 깨끗이 손질해서 칼로 다진 탕탕이도 또한 별미였다.
내가 생선회를 어지간히 좋아하지만
그 썩어 빠진 물가자미회만큼 맛있게 먹어 본 기억은 별로 없다.
남해로 이사 와서 물가자미를 시장에서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물가자미 또는 기름가자미로 불리우는 생선은 동해 깊은 바다에서만 잡힌다는 것을 남해로 이사 와서야 알았다.
이리 저리 궁리하다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것을 알고 주문을 했는데
전일 잡아서 보낸 물가자미는 그야말로 선도가 살아있는 듯 최상급
무 썰고 사과 썰고 미나리 갓 등등. 물가자미를 얇게 썰어 무침회를 만들어 먹는데
옛날을 재현할 수있는 그 맛은 아니나 향수병은 조금 달랠 수 있었...
문득 생각 나는 것이 그 맛에 함께 행복했던 형님들이 생각 나 주문해서 보내드리고
부랄친구 너댓도 함께 나눔을 가졌는데 어떤 선물보다 좋았다는 반응이 나를 뿌듯하게 해줬다
아쉬움이라면
옛날의 그 레시피를 살릴 수 있는 난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
물가자미는 홍어처럼 썩어 문드러져도 소위 아다리(식중독)가 없다
썩어도 준치가 아니라
썩어야 준치임을 어찌 부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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