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벼람빡 칠 좀 하려고 페인트를 사러 면소재지에 들렀는데
페인트 가게 문은 열려 있고 주인이 없다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를 눌렀더니 삼천포 출장 중인데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리면 돌아온단다.
딱히 다른 곳도 없어서 기다리기로 약속하고, 면소재지 뒷쪽 마을을 한 번 돌아보기로....
옥천리 마을 안쪽의 꽤 큰 저수지를 한바퀴 돌아 내려오는데
두부장수 트럭이 마을 가운데 서서 동네 할매들께 두부를 팔고 있었다.
호기심 발동
트럭 옆에 차를 붙이고 무엇무엇을 파나 구경하다가
우뭇가사리 한 모, 손두부 한 모, 콩국수용 콩가루 두 봉지에 합이 만원
손전화 케이스에 꼬불쳐 둔 돈을 건네는데
건너편 마당에서 마늘을 수확해다가 손질하는 연세 드신 노부부 모습이 보였다.
우뭇가사리 사러 왔다가 "두부 맛있으니 사 가라"며 연신 홍보를 자처하던 할매에게
"저 집 마늘 살 수 있습니까?" 물었더니
"월매나 살라꼬?"
일년치 마늘을 사야겠다고 이웃에게 이야기했더니 완전 건조가 되고 나서 사야된다고 해서 참고있는 중이었다
"우선 먹을 것 조금요.."
"이제 뽑았으니 마르거든 사야지 지금 사면 비싸~ 내가 인심 좀 쓰지 우선 먹을 거 좀 줄테니 따라 오소"
뜻밖의 제안에 뻘쭘하게 서 있는데 바로 뒷집이 자기네 집이라며 채근한다
엉거주춤 두부봉다리를 든채 대문간을 따라 들어갔더니
마당에 널린 양파와 마늘을 그물망에 대충 퍼담아서 손에 쥐어준다.
"다마내기가 이래도 집에서 묵는데는 괜찮데이~"
"아이고 이거라도...."
어색하게 만원짜리 하나를 건네는데 택도 없다며 나를 쫓아내다시피 등을 떠민다
꾸벅 인사하고 그 집을 나서는데 공짜여서가 아니라 기분이 참 좋았다.
오늘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고 새끼 고양이와 노닥거리는데
마누라한테서 콜이 왔다
교대 시간이면서 마당쇠 역활도 끝나는 시간.
집으로 돌아와 마누라를 가게까지 태워다 주고
멸치 두 통을 봉투에 담아 할매댁을 찾았다
마당 귀퉁이 창고에서 마늘을 손질하던 할매께서 얼른 알아보시고
"어제 그양반 아이가? 우얀 일로?.."
"이거 변변찮습니다만... 어제 너무 고마워서 다시 찾아왔습니다"
"매레치가 비쌀낀데 이걸 가져 오면 우야노..."
"가마 이끄라보자 이거 밭마늘인데..."
또 주섬주섬 그물망에 마늘을 퍼 담는다
"자꾸 이러시믄 안됩니더~ 또 매레치 가져 와야 되잖아요.ㅎㅎ"
"인자 안 가져와도 된다. 이거라도 줘야 내속이 편하데이"
기분 좋은 아침
남해로 오길 참 잘했다.
다음엔 뭘 갖다드려야 내 마음이 편하지?
할매를 만나지 않고 대문간에 훌쩍 던져놓고 올 물목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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