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평? 열다섯 평?
앞에 살던 사람이 마늘을 심었다가 뽑아가고 들깨,콩,차즈기가 이리저리 흩어져 자라고 있다
차즈기는 쓸데가 없으니 모조리 뽑아서 버리고 이 시기에는 뭘 심어야하는지를 고민하다가
집 뒤 고추밭을 손질하던 사람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물어봤더니
참깨를 심으란다
그까이꺼 저기다 참깨를 심어봐야 깨소금이나 얻어먹을라나?
지금 파종할 건 그것 밖에 없다니까 맥밭으로 놔둘 수는 엄꼬
농협으로 갔다.
참깨 심을란다고 했더니 종자 봉지와 가루약 봉지를 꺼내놓고
"비닐은 얼마나?" 묻는다.
소농인으로 무시할까봐 화끈하게 "스무 평이요~..."
가루약 봉지를 슬쩍 빼내면서 "돈 들이는 거 보다 사다 잡숫는게..."
"약 안 뿌리고 비닐도 안 치고 참깨 심으면 안됩니까?"
잠깐 먼산을 바라보던 직원이
"아~ 됩니다. 그래도 됩니다"
영농법을 알려 주기에는 소 귀에 경 읽기로 읽어 낸 직원이 귀찮으니 니 맘대로 하세요 하는 투다.
농약값은 비싸고
비닐도 큰 롤만 판매하다보니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건 맞다
비료나 뿌려서 땅을 일궈 참깰 심을 요량으로 추천하는데로 복합비료를 주문했다
복합비료 13,000원
조합원은 5,000원 남짓 주면 사는데 비조합원이라는 명분으로 바가지를 옴팡 씌운다
삽질로 땅을 일구자니 콧구녕에 단내가 난다.
절반 정도 파헤쳐놓고
냉수 한 사발 마시고 담배 하나 피워 문다
참깨 종자는 당의정처럼 낱알 하나마다 노랗게 코팅을 해서 포장이 되어있다
갈쿠리로 흙을 다듬고 호미로 골을 내서 파종을 마쳤다
키우는 재미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품 팔아 참기름 사다 먹는게 훨씬 고소할 거 같다
에휴~ 식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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