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근무일정 때문에 아들만 큰댁에 보냈더니
큰집 조카한테 코로나를 옮아왔다.
조카로부터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고 자가 진단키트로 검사하더니 이상 없음으로 나왔다는데
밤새 고열과 무력감에 시달리다 날이 밝자 지네 엄마랑 각기 차를 몰고 병원으로 달려가
아들 눔은 양성, 마누라는 음성으로 판정을 받고 돌아왔다.
나는 증상이 없어 어젯일을 그저 지켜 보기만 했는데
이틀 휴무가 끝나고 내일 근무 들어가려면 오늘은 나도 검진을 받아야만 한다.
아들녀석은 지 방에 가둬 두고 식구들 안보일 때 도둑고양이처럼 나와서 밥 먹고 볼일 보라며 격리조치하고
아침 먹고 늦은 시간에 병월엘 검진 받으러 갔다
촌이라서 그런지 서너 사람만 검진을 받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100% 확진 판정을 받고 있었다
검진 신청서를 작성하여 서류 하나 겨우 들어 갈만 한 창구로 밀어 넣으니
"증상이 없는데 어떻게 검진을 받으시려 하세요?"
"가족이 양성판정이 나와 검진 받으러 왔는데요"
증상란을 비워서 신청서를 작성했더니 창구 반응이 나왔다.
"그러면 가족의 확진 증명문자 캡쳐 하시고, 동사무소에 가셔서 가족사실관계증명서 떼 오셔야 합니다."
그냥 돈 내면 해주는 게 아니고?
대략난감일세... 캡쳐는 아들이 보내와서 전화기로 증명됐고
동사무소 가서 서류 떼 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게 생겼다
주차 관리하는 사람에게 가까운 동사무소가 어디냐고 물으니
"저 쪽으로 쭈욱~ 버스타고 가야할낀덴요... 한참 내려 가야됩니더"
병원 주차장이 만차라 빙빙 돌다가 주차도 겨우 했는데 차를 뽑으면 또 어떻게 갖다 대?
이럴 때 방법을 찾으라고 머리가 달렸다는 걸 순간 득도했다.
다시 검진창구로 갔다.
신청자와 결과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하나도 없었다
신청서 다시 작성을 하려고 볼펜을 드니
창구에서 내다보던 간호사가 일갈을 던진다.
"이oo씨 신청서는 아까 작성했잖아요."
" 아! 방금 증상이 왔어요. 갑자기 머리도 아프고 기침도 나고...."
양팔을 내밀어 검진하는 구멍이 두 개 난 창구에 있던 간호사가 낄낄 웃는 표정이다.
증상이 있다니까 방법 없이 접수를 받아줬다.
다 그렇게 하는 건가?
콧구녕을 어찌나 세게 찌르는지 눈물이 찔끔 났다.
대기시간 20분.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나는 오늘 병원에 가서 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매우 합리적인 검진을 마쳤다
이게 바로 과학방역이 아니고 뭐겠냐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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