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이 야들야들하고 감칠맛이 좋아서 가끔씩 찾는 나만의 단골집이 있다.(족발가게 주인은 나를 잘 모름)
좋아한답시고 맨날 국시만 삶아 묵다 보니 허한 기운이 돌아서 붕장어회를 사다 먹을까 궁리하다 불현듯 생각난 게 족발이었다.
값도 적당하며 마누라캉 둘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기도 하고
그 집은 화정동 농산물 시장 깊숙한 골목에 자리잡고 있어서 누가 가르켜 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가게인데
시장통 구석 짬이지만 차를 가게 입구까지 몰고 갈 수 있어서 편리하다
차를 가게 모서리에 바짝 붙여두고 망설이고 자시고 할 거 없이 "저거요 만이천 원짜리.."
새우젓,쌈장,고추냉이,썬 마늘. 상추 몇 잎파리도 다른 봉지에 챙겨주었다.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나왔다는 걸 족발 봉다리를 건네받으면서 깨닫고는 "아이쓰~ 추운데... "
갑자기 발이 시리고 남사스런 생각도 들어 얼른 차에 올랐다
좁은 골목이라 돌아 나가려면 후진과 전진. 핸들 이빠이(^^) 꺾는 동작이 몇 번 반복되어야 하는 과정
좌측 나갔다가 우측 후진 도는데 차 엉덩이에서"탕탕"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시커먼 헬멧 쓴 괴한이 소리 지른다. "씨발 눈까리가 삐...." " 운전 똑빠리 몬하나?"
오토바이 가는 길을 방해했다며 침을 튀기고 눈을 부라린다.
유리를 내리고 손을 들어 보이며 "아이고~ 미처 몬봤어요. 죄송합니다"
어두운 저녁이고 헬멧을 썼으니까 나이가 얼만지는 모르겠는데 가히 위협적이다
부딪히지도 않았고 사과를 했으면 그냥 지나갈 법도 한데 시쳇말로 끝까지 갈구려고 욕을 시리즈로 엮어대며...
후방을 면밀히 살피지 못한 죄. 맨발에 슬리퍼. 고물 깍두기. 갑자기 초라하고 작아지다가 순간 꼭지에서 김이 확 오른다.
"이 새끼가 정말...!" 차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 '부앙~!"하고 오토바이는 시장통 내리막길로 사라지고 만다
그랬나 보다. 나의 빈티 나는 깍두기가 헬멧이 내키는 대로 분노케 한 주범이었고, 나의 운전실력은 크게 나무랄 일이 아니었음을
뱀더블이나 벤쮸 정도의 비까번쩍한 중형급이었으면 지 역시 고물 오토바이를 타는 놈이 그리 신나게 조져대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가 곧 인격과 품위인 세상. 쓰벌~ 얼른 돈 벌어 좋은 차 사야겠다.
허세 당당하던 지인께서 지껄이던 말이 생각났다 "남자란 말야 꼬치하고 차만 크면 기 죽을 일이 별로 없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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