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에서 돌아온 건우가 울산생활에 적응하느라 고생하고 있다.
밤늦게 까지 과외를 하고 돌아오면 자정이 넘는다.
오늘은 일요일
예외없이 과외를 가기위해 8시가 되어서 아침 밥상머리에 두 부자가 마주 앉았다.
아침 밥상에는 마누라가 끓여올린 된장찌게가 놓여 있었는데
먼저 숟가락을 든 녀석에게 "된장찌게 맛있냐?" 물어봤다.
녀석은 밥그릇에 코를 박은채 말 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얼른 보기에 마른새우,버섯,붉은고추,호박..등이 들어간 된장찌게는 그리 구미를 당기는 매력이 없어 보였다.
한숟갈 떠서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맛을 봤는데.....
맵다. 무지 맵다......
밥상 차려주고 거실 탁자에 앉아서 해바라기 씨를 까먹고 있던 마누라한테
한소리 던졌다. "풋고추를 끓여서는 안 된다했지?"
'.............................;;
거실에서는 묵묵부답이다.
된장찌게는 특히 건우가 좋아하는 식단 중 하나다.
큰녀석인 태의는 삼겹살을 넣고 끓인 김치찌게를 좋아하는편이고....
된장찌게와 김치찌게는 나의 전매특허이기도 한 요리이다.
참 그러고 보면 난 참 별난곳이 있다.
웬만해선 남의집 재래된장을 먹지 못하는데.
그 원인은 장맛에 관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우리 어머니의
된장맛에 이미 길 들여져 있어서 누가 뭐래도 된장에 대한 기호는 도저히 바꿀수가 없는것이다.
요즘은 나도 그옛날 어머니의 된장맛을 닮은 해찬들에서 맹근 된장이 입맛에 맞아서
된장찌게를 손수 즐겨 끓이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풋고추는 된장 끓일때 같이 끓여서는 안된다.
나의 된장찌게 비법은
....................
1.된장 한숟갈.
2.물 1컵반.
3.고춧가루 반숟가락
4.국물멸치 15마리(된장찌게와 찰떡궁합)
5.양파 반쪽.(단맛과,감칠맛)
6.청정원 쇠고기다시다 반숟가락(감칠맛을 내준다.)
7,풋호박
8.표고 두개
9.얇게 썬 무우 약간.(시원한맛을 내준다.)
바글바글 끓인후
가스불을 끄고
다진 파와 깍뚝 썬 매운청양초를 넣어서 완성한다.
마늘은 넣지 않는데 된장찌게와 마늘은 맛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끓인후에 파와 풋고추를 넣는건
파의 향기를 살리고
매운맛을 좋아하지 않는사람도 끓이지 않아서 매운맛이 우러나지 않으므로
풋고추만 피해서 먹을수있고.
된장찌게 국물이 매우면 찌게맛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건우 한테 조용히 말했다.
"너는 여자친구 생기면 아부지한테 먼저 델구와서 검증받아야 된다 알았지?"
"여자는 손끝이 매워야 되는겨~ 그래야 음식맛도 제대로 내는거야. 시행착오는 니 아부지 하나만으로 족하다 알았제?"
녀석은 짧게
"네~" 하고 답한다.
거실에서 또각또각 해바라기 씨를 까먹던 마누라가 이야기를 듣고 한다는 말쌈이
"나한테도 델구와라 엄마한테도 검증 받아야된다. 남편복이 있게 생겨야지 된단다."
으흐흐... 그말을 듣고 기가 차서 한소리 했다.
"자~알한다. 당신만 남편복 누리면 되지 자식한테까지 물려 주려고?그소리는 딸 가진 부모가 하는소리지
. 사내자식 가진 부모가 할소리는 아닌줄 아는데.."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마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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