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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 ./♡ 사는 동안

멸치귀신

by 삼매* 2007. 5. 7.

 멸치다시를 끓여낸 후 거기서 건져먹는 굵은 다시멸치 통마리가 난 그렇게나 맛이 있다.

된장찌게를 끓일 때도 다시멸치를 넣는데, 그것도 건져 먹으면 아주 맛있다.

살아오면서 삶은 다시멸치를 건져먹는 사람은  나 외에 아직 본 적이 없긴하다.

그러면 내가 별종이란 얘긴데.. 글쎄다.

 

난 이 부분에서 남들을 이해 못한다.

그 맛있는 멸치를 건져먹지않고 국물만 우려내곤 아까운 통마리멸치를 버리는지 이해가 안된다.

나는 특히,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말아먹는 국수를 좋아하는데 국수사리위에 국물과함께  멸치를 통째 수북히 얹어서 먹는다. 국수보다 통마리 멸치가 훨씬 더 맛있는걸 어쩌란 말인가?

 

집사람도 이런 식성을 이해 못하는 것 같더니

요즘은 알아서 챙겨준다. 그 맛있는 것을....

 

"칼슘덩어리를 먹어서,그래서 당신뼈가 튼튼한가?"

집사람이 어느날 그렇게 말했는데, 칼슘 섭취를 위해서?? 아니다.  그냥 맛있으니까 먹는 거지

칼슘 아니라 칼슘할애비라도 싫은 것을 먹을리가 없지.

 

먹거리가 궁핍하던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시오리길을 걸어 5일장에라도 다녀오시면 꼭 국물멸치를 사오셨다. (잔멸치 보다 국물멸치가 양도많고 싸기때문에)시골에 멸치만큼 만만한 반찬거리도 없었겠지만 우리식구 식탁에는 빼 놓을수없는 중요한 반찬품목이었다.

그리고 또 어머니는 중요한 한가지 일을 은밀하게 진행하셨다.

아들셋 중 유난히 멸치 밝힘증이 있는 막내인 나한테는 멸치에 관한 철저한 보안을 요하고,

살강이나 찬장이 아닌(냉장고 없던시절) 어머니만의 비밀장소에 보관하시곤 했는데

개코를 능가하는 나의 후각에 번번히 당하곤 하셨다.

 

마른멸치를 (당시는 멸치를 신문지 봉투에다 근(무게) 단위로 팔았다.) 한꺼번에 반근을 밥도없이 낼름 먹어치우고 종일 우물가를 들락거리다 어머니께 발각되면  그날은  부지깽이로 뒤지게 혼나곤했다.

 

그러고 보면 어린시절 밥 굶고 살지는 않았는데, 왜 그리 먹는 것에 껄떡거렸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난 또한 사과 귀신이기도 하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서 사철 사과를 먹을수있고, 집사람도 웬만해선 사과를 떨어뜨리지 않고 냉장고에 늘 준비 해 둔다. 사과를 먹지않으면 당장 이튿날 배변에 문제가 생길만큼

나의 신체구조는 별난데가 있다.

 

어릴적 우리집엔 아담한 사과과수원을 했다.

좋은것은 청과상에 납품하고, 항상 흠이 있는 사과만 먹을수밖에 없었는데, 요즘엔 좋은품종들이 개량되어 맛과 품질이 우수하고 저온시스템을 갖춰서 늦은봄까지 맛있게 사과를 먹을수있어 아주 좋다.

당시엔 국광과 신맛이 강한 홍옥이 주류였고, 노란 골덴사과와 시퍼렇게 익는 인도사과가 획기적인 신품종으로 막 선보일 때 였다.

 

그나마 여름이나 가을철엔 좋아하는사과를 짜구나게 먹을수 있지만, 긴긴 겨울과 봄철엔 택도없는 이야기였다.

 

시골의 가을걷이가 끝나고 살얼음이 살살  끼는 어느날 오후였다.

과수원의 사과는  그날로 모두 싹쓸이하여 청과조합으로 운반되어 버린 날이었다.

어머니는 상품사과 두박스(당시엔 18kg 나무상자)를 집안으로 몰래 들여오셨다.

도둑고양이같은 막내가 없는줄 알고 들여오시다가  나를 보자 짐짓 놀라는 표정이셨다가

이내 태연한척 하셨다.

 

그동안 맛있게 먹던 흡집많은 사과도  바닥이 났다.

 

집안에 아무도 없는틈을 타서 날을 잡고, 한달여전 들여놓았던  어머니의 최상품사과를 찾기시작했다. 추적끝에 외양간 짚섶까지 뒤졌지만 찾을수가 없었다.

 

분명 어딘가에 숨겨져있을 사과에 대한 확신은 들었지만 물증은 찾지 못했으니 그날은 개코도 일단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추적은 계속되었다.

이미 깊이사과에 중독된 나는 꼭 사과를 찾아내야만 했다.

혹시???... 장독대를 응시했다.

뚜껑열어보니 된장독. 또 열어보니 고추장독, 간장독, 소금독,엊그제 갓담은 김장독, 쌀독...

 

쌀독?

장독대에 웬? 쌀독?

것두 딥다 크~은 커다란쌀독.

똑똑.. 쌀독을 두드려봤다.

틱틱. 꽉 찬 쌀독이 중간쯤에 비어있다?

뚜껑을 다시열고 쌀을 파헤쳐 봤다.

 

 아!! 위대하신 우리어머니!!

사과 두박스를 그 큰 독안에 쏟아넣으시어, 그 위에 신문지 덮고 쌀을 채워  쌀독으로 위장하신  어머니의 그 고단수적인 보안책은 높이 사 드리지만

뛰는 엄니 위에 나는 도둑고양이가 있다는걸 모르셨다는

 

그 해 겨울.

사과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머리를 쥐어박히며 기나긴 겨울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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