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한 그릇 먹을 요량으로 차를 세웠다
오후 2시가 지난 시각
점심 때를 훌쩍 넘겼지만 그다지 배고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힘이 떨어지고 피로감이 느껴져 쉬어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늦었지만 끼니도 챙겨야 하고
시골길을 다니다 보면 끼니때가 가장 곤혹스럽다.
검증되지 않은 지역일 때는 차 많고 신발 많은 식당을 찾아야하는 게 정석이지만 그건 최소 중소도시에서나 통하는 상식이고
면,동리 단위의 촌에서는 그것도 통하지 않는다.
재수 없으면 식당의 찌끄래기 반찬 재고정리를 하고 나오는 경우도 생기고
고리타분한 촌 된장 냄새와 군둥네 팍팍 풍기는 식초김치에 괴로워하는 일도 생기고..
그래서 만만한 게 분식집인데
짜장면은 웬만해선 하자가 없고, 그도 마땅찮으면 국숫집에서 간단히 해결하면 되는데 그도 양념장이 재래간장이면 괴로울 수가 있다.
특히 시골 순대집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 불문율이 생긴 건 순전히 쌈장 때문이다.
손님이 남기고 간 쌈장을 다시 긁어모아 재탕하고 또 재탕하고.. 여러 사람의 침과 불순물이 이 섞여서 쩔고 시커먼 색으로 발색 된다.
함안군 아주 작은 면소재지
중국집 하나만 보고 차를 세웠는데 오늘 쉰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현충일이라 보훈 가족인가?"
주위를 둘러보니 농협 부근에 네댓 개의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맞은편 국수,냉면이라는 가겟집 창에 바짝붙어 양손을 오므려 들여다보니 불이 꺼져있다.
농협 창고 앞 식당이 하나 있는데 추어탕/돼지국밥이라고 간판을 걸어 놨지만 문은 잠겼고 '임대문의'라고 써 붙였다.
남은 식당은 두 군데
복덕방 옆 식당은 규모도 작고 차도 없고 썰렁~
눈을 아래로 깔고 양손을 배꼽 위에 가지런히 올린 조신한 촌돼지와 마주 섰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줌마도 할매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의 쥔 여자가 물병을 들고 와서는 뭘 먹겠느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빤히 쳐다보았다.
"밥 주소" 한마디에 눈치는 빠르다.
'저놈이 비싼 거 먹을 것 같지는 않고 걍 백반을 요구하고 있구나' 일언반구 없이 주방으로 들어간다
잡다한 반찬이 나왔지만 고등어 하반신(?)이 섞인 묵은 김치찜과 깻잎장아찌로 밥을 비웠다 시골이라서 밥은 많이 담았다.
에혀~ 이래저래 묵고 살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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